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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어제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과제 폐지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에게 섬뜩한 막말을 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하루 만이다. 박 이사장은 이 밖에 두산중공업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중앙대가 학문 자유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박 이사장은 어제 자료를 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동안 중앙대의 정체성을 훼손시킨 과오가 크고 깊다. 이로 인한 교수와 학생 등의 자괴와 절망감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출처 : 경향DB)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박 이사장은 두산그룹의 비즈니스 운영체계를 그대로 도입하는 구조조정을 꾀했다. 효율성을 앞세워 대학에 5개 사업본부를 만든 뒤 교수들을 각 본부에서 일하는 ‘사원’처럼 만든 것이다.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다. 이어 학과제 전면 폐지 방안을 내놓았다가 반발이 일자 학과제를 유지하되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학과제 전면 폐지는 소위 ‘인기 없는’ 인문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것이 숨은 목적이었다. 박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쳐주겠다”며 협박하는 e메일을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보냈다. 검찰이 입수한 e메일에서 박 이사장은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등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재단이사장 발언이라고 믿을 수 없다.

박 이사장이 앞장선 대학의 기업화와 소유물화, 인문학 축소 시도는 비단 중앙대만이 아니라 오늘의 대학 사회 전체가 마주한 위협이다. 기업이 요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 온 대학의 일탈은 학문과 지식인의 양식에 대한 모독이다. 대학은 이제 교양과 지성의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제에 재단이사장이 경영권과 운영권 모두를 손에 쥐고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관행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대학 경영은 재단이 하되 운영은 학내 구성원이 주도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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