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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승인 예정인 중국 산얼병원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모기업 대표가 구속되고 중국 내에서도 문제가 많은 자본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지만 의료영리화에 매달린 나머지 검증도 안된 해외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천진하업그룹의 한국법인 차이나스템셀(CSC)은 지난해 제주 서귀포에 505억원을 들여 병원을 짓겠다며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당초 문제가 됐던 줄기세포 시술은 포기하고 성형과 피부미용을 주요 진료과목으로 해 올해 승인을 재요청했다.

CSC는 국내 법인은 있지만 직원도 없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 상태라고 한다. 중국 언론은 천진하업그룹 설립자가 지난해 사기대출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됐고, 최대 주주인 시단무 산얼바이오 등도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한국언론의 현지 취재에서도 베이징 산얼병원은 약간 큰 수준의 동네병원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에도 정부는 3주 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의료부문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9월에 제주 산얼병원 설립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전국에서 받은 200만명의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려다 경찰이 막아서자 인도 위에 서명지를 정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어제 “CSC 관계자와 접촉한 결과 제주도 사업 폐쇄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당초 4곳인 제주 산얼병원 부지 중 숙박업 용도의 땅 한 곳이 2주 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해당기업의 입장을 그대로 전할 뿐 투자여력 등 실체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일부 부지 매각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제주도 조례에는 “외국 영리병원의 설립 개설자 및 현황, 의료기관 운영 방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만으로도 산얼병원의 투자 자격은 상실됐다고 본다. 정부는 문제가 있으면 승인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해당기업의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밀어붙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 막대한 부작용을 미칠 수밖에 없는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은 그만두는 게 마땅하다. 경제활성화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해외 자본의 투자 가능성과 성격에 대한 검증은 물론, 재계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실태파악조차 없이 진행되고 있는 무리한 규제완화 내용도 재점검해야 한다. 서민 생계에 대한 실제적 고민 없이 재계의 주장으로 시작된 푸드트럭 개조문제 등은 현실적으로 얽혀 있는 여러 문제들을 간과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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