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남북한이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방침 철회를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우리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면서 조 추첨식에 참가했던 북측 대표단이 남측에도 이미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북한의 응원단 파견 철회를 알고 있었으면서 숨겼다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통일부는 북측이 비공식적인 구두 언급만 한 것이라 북측의 공식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달 30일 올림픽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측 대표단이 ‘공식석상’에서 남측 당국에 ‘정식 통지’했으며 “그때 남측 당국관계자들은 우리의 입장을 신중히 듣고 다시 확인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북측은 “내외 여론이 두려워 우리 응원단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남측이) 의도적으로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한국 피켓요원 의상을 입은 모델이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 공방전에서 북측의 응원단 파견 철회 통보가 공식인지 비공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북측이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북측은 파견 방침을 철회한 데 대해 지난 7월 남북 실무회담 때 남측이 “우리 응원단의 규모가 어떻다느니, 우리 응원단이 응원할 공화국기 크기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하면서 시비를 걸고 또 우리가 입 밖에도 내지 않은 비용 문제까지 꺼내들었다”고 밝혔다. 북측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남측은 괜한 시비를 걸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남한 시민들이 북한 응원단에 끌려 북한 찬양이라도 할까 걱정되어 응원단 활동을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만에 하나 그랬다면 냉전 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비롯된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남북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작은 계기라도 살려서 대화와 교류를 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을 남북 관계 복원의 기회로 살리기는커녕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응원단 파견 철회 통보를 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사소한 문제를 두고 남북간 공방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는 남북간 신뢰의 결여는 물론 의사소통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는 증거다. 이런 현실을 목격한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언제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통일 논의를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