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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유학생들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이 1위로 나왔다고 한다. 2008~2012년 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한 주요 도시별 유학생을 조사한 결과다. 이 기간 중 115만명의 전체 유학생 중 서울 출신은 4.9%였다. 20명 중 한 명꼴이다. 전공은 경영학이 많았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1위지만 나라별로 따지면 중국이 전체의 25%로 압도적이다. 유학생의 10%를 차지한 한국은 인도(15%)에 이어 3위다.

우리 경제계를 주도하는 파워 엘리트들은 대부분 미국 유학파들이다. 이들은 우리 고유의 혈연·지연이라는 인맥보다 훨씬 강고하고 끈끈하다. 고위 경제관료 중 미국 박사가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힘든 세상이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과거 경제권력을 독점해온 이헌재·강만수 사단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를 축으로 한 위스콘신 학파도 그 아류다. 최 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모두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서적 '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 (출처 : 경향DB)


때마침 최근 출간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이 화제다. 그는 이 책에서 대우그룹이 부도난 건 경제관료들 탓이라고 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관료들의 ‘기획 해체설’이다. 당시 외환위기 처방전을 놓고 자신의 수출 극대화와 경제관료들의 IMF식 구조조정 해법이 충돌하면서 괘씸죄를 뒤집어썼다는 얘기다. 대우 부도 원인을 놓고는 보는 이에 따라 여러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김 전 회장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제 마피아들의 실상은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미국 유학파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국민들의 삶에 끼친 폐해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낙수효과에 기댄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은 부의 양극화와 조세 왜곡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서민 삶과 무관한 재정확장 정책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 부작용은 어찌할 건가. 서민 삶이 팍팍하든 말든 마피아들의 ‘그들만의 잔치’는 요지부동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 고위 경제관료는 “돈 한번 원 없이 써봤다”고 했다고 한다. 그 돈은 어느 주머니에서 나왔는가.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나라의 경제정책을 주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박문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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