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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가 지난 3일 검찰에 전격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장씨가 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1년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혐의라고 한다. 날벼락과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론스타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바로 그 비판과 감시 대상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검찰이 밝힌 장씨의 혐의는 고약하기 짝이 없다.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팔아 천문학적 이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려 하던,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지던 시점이다. 돈을 건넨 유회원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검찰에서 장씨가 먼저 돈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상대의 약점을 걸어 돈을 뜯어내는 공갈·협박배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실제로 장씨는 돈을 받은 뒤 개인 자격으로 “유 대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장씨는 외환카드 해고자로서 “해고 기간 동안 발생한 임금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한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 민원실에 외환은행의 론스타 주가조작 손해배상금 지급 관련 금융위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장씨의 사례가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시민사회 전체의 신뢰에 큰 손상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재정이 취약하고 활동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이든 조직적이든 비리에 연루되는 것은 용서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대다수 시민단체를 한통속으로 공격하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시민단체의 책임이나 도덕성 문제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새롭게 드러난 론스타의 불법 여부다. 장씨 금품수수 사건으로 론스타의 불법 로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시민단체 활동가를 매수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론스타의 로비 행각 전반에 대해 수사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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