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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최종 단계에서 좀처럼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주 이른바 ‘경제청문회’ 개최를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내놓은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그 전주엔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재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다 양 특위의 활동기한 연장 여부가 국회 정상화 이후 추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선(先) 경제청문회, 후(後) 추경 심사’를 고집하는 것이다. 협상 타결을 위한 진지한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 이쯤 되면 한국당이 정말로 국회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자신이 있다면 경제청문회부터 먼저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그다음에 추경 심사에 돌입하자”고 했다.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현안을 따지는 건 필요한 일이다. 최근의 경제현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 여건 악화와 국내 투자·소비 위축 등으로 심상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국회가 열리면 기획재정위 등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부처 보고와 현안 질의를 통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게 국회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한데도 한시가 급한 추경 논의를 뒤로 제쳐 두고 난데없이 경제정책의 공과를 살펴보자는 건 누가 보더라도 엉뚱한 정치공세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경제청문회를 요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단 한번 열리지 못한 채 6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이 정도면 휴업이 아니라 사실상 폐업 상태다.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28.9%에 불과하다. 최악의 국회로 불린 19대 국회 처리율이 34.2%였던 것에 비교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부끄러운 성적표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말로는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국회 문을 걸어 잠근 채 장외에서 정부 비판만 하고 있다. 시민들의 인내도 한계를 넘어섰다. 성난 민심은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에 80% 넘게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야당의 투쟁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반대할 건 반대하더라도 국가적 위기 앞에 힘을 모아야 할 때도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지금 여야가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까지 국회가 문을 열지 못하면 한국당을 빼고 여야 4당으로만 국회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중앙홀에서 단독 소집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을 빼고라도 국회를 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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