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머니에게 살인죄가 적용되고 아버지에게 자식과 강제로 격리시키는 조치가 내려졌다. 부산고등법원 형사합의1부는 그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울산 계모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 박모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같은 날 부산 연제경찰서는 중학교 1년생 아들을 폭행한 아버지 박모씨에 대해 긴급임시조치 1·2·3호를 동시에 발동해 가족 구성원과 분리했다. 지난달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내려진 첫 조치 사례들이다.
울산 계모 박씨는 1심에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가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원은 부모에 의한 아동 사망 사건을 훈육 과정에 발생한 사고로 보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신체적으로 미성숙하고 방어능력이 취약한 아동에 대한 살인의 고의성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아동학대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경종과 함께 엄벌 의지를 담은 것이다.
아들을 폭행한 아버지 박씨에 대해 경찰이 취한 긴급임시조치는 아동학대 범죄 예방 차원에서 새롭게 마련된 제도다. 아동학대처벌법은 긴급히 아동학대 행위자를 아동과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분리시킬 필요가 있을 때 경찰이 법원의 결정 이전에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술을 먹고 들어와 아들을 폭행한 박씨를 아내의 신고로 체포하고 긴급임시조치 1·2·3호를 내렸다. 1호는 주거지 격리, 2호는 아동 소재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 박씨에 대한 긴급임시조치 또한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후 첫 적용 사례로, 아동학대 범죄 예방 차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게 틀림없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에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87%나 늘어났고, 그 84%가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고 한다. 아동학대를 남의 가정사나 훈육 과정으로 보고 가벼이 여기기에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엄중한 상황이다. 살인죄 적용과 긴급임시조치 등 한층 강화된 법·제도가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과 조치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주제별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론]가을이 파주에서 오는 까닭 (0) | 2014.10.24 |
---|---|
[시론]수능 ‘세계지리 8번’의 교훈 (0) | 2014.10.20 |
[사설]교육당국은 수능 출제 오류 인정하라 (0) | 2014.10.16 |
[기고]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 이대론 안된다 (0) | 2014.09.25 |
[사설]교육부는 지금이 유신시대인 줄 아나 (0) | 201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