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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라는 책을 펴냈다. 안 원장은 책에서 자신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과 사회 현안 진단, 청소년에게 전하는 이야기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그는 책 출간을 계기로 출판기념회나 지난해의 ‘청춘 콘서트’ 형식을 빌려 시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안 원장이 연말 대선을 향해 또 한발짝을 내딛는 모습이다.


안철수 책, 벌써 관심 (경향신문DB)


<안철수의 생각>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정책적 비전과 정치참여 의지를 어느 때보다 분명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안 원장이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원론들을 제시한 적은 있으나 자신의 생각들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한 건 처음이다. 이런 생각들은 그가 대선 출마에 나설 경우 대선 공약으로 발전될 것이며,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 때처럼 측면 지원에 그치더라도 야권 대선 후보의 공약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책은 안 원장의 국가운영 구상 묶음집이라 봐도 무난할 것 같다. 둘째,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쪽으로 기우는 징후가 보다 명백해졌다. 안 원장은 ‘4·11 총선 패배 후 자신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고, ‘앞으로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에게 구체적으로 돌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향후 계획도 밝혔다. <안철수 생각>을 사실상의 대선 출사표에 견줄 수 있는 까닭이다.


안 원장의 정책 구상들은 예상대로 ‘친야’ 색깔이 짙어 보인다. 시대의 화두라 할 수 있는 복지는 일자리와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했고,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 요체라고 정리했다. 사법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이나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역설했다. 안 원장 스스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밝혀온 점을 감안할 때 이른바 보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와 확연하게 선을 그은 대북정책이 눈에 띈다. ‘통일의 관점을 사건에서 과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기조 아래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등 남북 간 경제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용산 참사에 대해서도 “거주민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논리만 밀어붙인 것이 원인”이라고 비판적 진단을 내놨다.


서둘러 출간한 기색이 역력한 이번 저서는 대선에서 안 원장의 역할을 둘러싼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한 응답이라고 본다. 안 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이제 자신이 밝힌 구상을 누구와 더불어,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여전히 외곽을 돌며 여론을 탐색하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눈 높이를 맞추고, 직접 만나야 할 시점이 임박해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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