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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 중앙대교수·정치학
장마와 무더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안녕하십니까? 연일 이어지는 각종 토론회, 회견, 지역 방문 등으로 얼마나 바쁘십니까? 경제민주화부터 일자리 창출, 노인 복지까지 실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야하니 더운 줄도 모르고 지내시겠지요?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 처음으로 한 자리에 (경향신문DB)
저는 요즘 수없이 이어지는 대선주자 분들의 인터뷰,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무언가 중요한 고리 하나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통령에 선출되면, 대통령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대외적인 문제에 쏟게 됩니다. 안보와 국방에서부터 국제경제 동향, 에너지와 식량 확보 등등은 국가의 사활적인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들이고, 최고 결정권자로서는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슈들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요즘 쏟아져 나오는 대선주자 분들의 인터뷰, 토론회에서는 북한 문제만 가끔 다뤄질 뿐 차기 정부와 대통령이 다뤄야할 사활적 대외이슈들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을 하는 언론인들의 한계라기보다는,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내부 문제를 우선시하는 고질적 습관 때문이겠지요?
지금부터 차기 대통령이 고민하고 씨름해야 하는 중단기 대외적 이슈들을 꼽아보겠습니다. 백면서생의 어리석은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지도자들은 이미 수백 번 숙고하고 있고 나름의 깊은 이해와 준비가 되어 있는 이슈들일 겁니다.
질문 1. 한국의 차기 대통령 임기는 2013~2018년에 걸쳐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중국 낙관론의 예측대로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거의 따라잡고, 군사적으로도 이에 도전할 정도의 세력을 키우게 될까요? 이럴 경우 거대한 자원이 묻혀있고, 경제·군사·정치적 요충지인 남지나해의 어딘가에서 미국과 중국의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하나의 가상적 시나리오이기는 합니다만) 이때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G2의 제한적 충돌이 현실화할 때, 우리는 고래싸움에 ‘연루’되는 위험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깊이 의존하는 우리의 처지에서,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옛날 역사를 잠깐 말씀드리자면, 중국 대륙에서 명나라와 청나라의 교체기에, 조선의 조정은 두 나라 모두로부터 수십 차례의 파병 요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질문 2.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13~2018년 사이에 북한이 급변할 사태를 우리가 상정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내부사정이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될 때,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정부에 의한 단독 위기관리가 가능할까요? 혹은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국제적 위기관리 체제가 가동될까요? 이 문제는 우리 내부의 극심한 대립과 함께 한반도 주변세력들 간의 심대한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는 가상 상황입니다.
질문 3. 이번에는 조금 부드러운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아시는 대로, 녹색경제는 21세기의 큰 흐름입니다. 기업, 개인, 가정 모두가 환경친화적인 생활방식과 사고를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문제는 저탄소경제나 녹색기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선진국(북)과 개도국(남) 사이의 대립을 불러오게 됩니다.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 분야에서 성큼 앞서가고 있고 개도국들은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후변화 대책을 염두에 둔 저탄소경제의 강화와 실천은 결국 국제적으로는 남과 북의 집단적 대립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후보분들 스스로가 이런 중대한 이슈들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고민과 사색,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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