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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9시쯤(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과 대형 크루즈선이 충돌, 유람선에 타고 있던 여행객 등 한국인 26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에는 관광객 30명과 여행사 직원 3명 등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 등 35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한국인 7명은 구조됐다. 7명은 숨졌고, 19명은 실종됐다. 사고가 난 유람선에는 30~60대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가족 전부가 숨지거나 실종된 경우도 있다. 71세 노인과 6세 어린이의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허블레아니호가 귀항을 위해 항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대형 크루즈선이 뒤에서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추돌 직후 배가 뒤집혔고 이어 빠른 속도로 가라앉아 여행객들은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유람선에는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가 없었고, 승객들은 튜브나 구명정에 대한 안내나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상당수는 어이없는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 당시 다뉴브강은 바람이 강하게 불고 계속된 비 때문에 수위가 상승하면서 곳곳에는 소용돌이성 급류도 많았다. 그런데도 운항을 강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설혹 여행객들이 운항을 원하더라도 여행사 측이 이를 말리거나, 안전에 만전을 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헝가리 구조선이 29일 밤(현지시간)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현지인 2명 등 35명을 태운유람선이 침몰한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불을 밝힌 채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부다페스트 _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2870만명에 달한다. 2014년 1608만명에서 79% 급증, 사실상 ‘전 국민 해외여행시대’에 진입했다. 해외여행객은 급증했으나 현지에서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나라마다 안전에 대한 기준이 다를 뿐 아니라 있다고 해도 무시되기 일쑤다. 외교부 자료를 보면, 해외여행 중 사건·사고는 지난해 2만100건으로 10년 전보다 2.7배 급증했다.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여행객도 해마다 100명가량이다. 특히 해외여행객의 절반이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의 경우 여행객은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려면 여행사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행객은 동료 여행객들을 의식해 일정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여행사도 환불 등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일정조정을 꺼린다고 한다. 그러니 가기 싫어도 가야 하고, 힘들어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번에도 악천후 등 위험한 환경 속에서 유람선 운항이 강행됐고,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해외여행 안전망에 허점이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외교 채널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 여야도 정쟁을 멈추고 한목소리로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모처럼 정치권이 성숙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신속대응팀 19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구조전문 심해 잠수요원들은 현지에서 실종자 수색과 사망자 인양 등 작업에 나선다. 정부는 단 한 명이라도 국민이 머나먼 타국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구조와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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