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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독립전문가패널(IEP)이 SK건설이 짓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에서 지난해 7월 발생한 붕괴사고에 대해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IEP는 국제 댐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조사기구로, 한국도 전문가 3명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사고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은 라오스정부와 SK건설 간 협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IEP 발표만 보면 댐 붕괴는 국내기업의 잘못에 따른 ‘인재’인 것이다. 

IEP는 “보조댐에 미세한 물길들이 존재하면서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있었고, 기초 지반이 약화된 것이 붕괴의 근본 원인”이라며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 이 같은 현상이 최상부에서도 일어나 댐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전 며칠간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붕괴가 시작됐을 때 댐 수위가 최고 가동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댐 붕괴는 집중호우 때문이 아니라 잘못 지은 탓이라는 것이다. 

SK건설은 “IEP의 결론은 사고 전후 정밀지반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등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됐다”며 국가조사위에 재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조사를 통해 SK건설이 댐 붕괴의 직접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래야 국내 건설사들이 입을 국제적 신뢰 하락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SK건설이 댐 붕괴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댐은 붕괴됐고, 7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6000여명의 피해 주민 중 상당수는 지금도 수용소 같은 임시 거처에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댐 건설에 따른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원인이 어떻든 한국은 재건, 복구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이윤보다 우선시돼야 하고, 기업이 빈곤·고용·환경 등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SK는 지금까지 2500만달러 규모의 구호 지원 활동을 펼쳤다. 정부도 앞으로 5년간 1200만달러 규모의 원조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와 SK건설은 댐 원상 복구는 물론 참사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이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재난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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