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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 간 ‘복지 비용 떠넘기기’ 갈등이 또 불거졌다. 전국교육감협의회가 그제 3~5세 누리과정의 어린이집 보육료 2조1429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보육료는 보건복지부 관할이니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누리과정 자체가 교육 업무이니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경제장관회의에서 교육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산편성 의무를 준수하라고 교육감들을 몰아붙였다.

정부와 교육감들의 주장은 다 일리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는 관할이 어디냐는 단선적 측면으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먼저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정책 목표는 국가 미래가 걸린 출산율과 여성의 사회참여 높이기다. 국가적 정책인 만큼 예산도 정부 몫이 돼야 한다. 이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주요 총선·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2011년 민주당이 내놨으나 실제 시행한 것은 총선·대선을 앞둔 2012년 1월 이명박 정부 때였다.

서울 종로구의 영 . 유아 부모가 정부지원 보육료 외에 자체부담해야 하는 필요경비 (출처 : 경향DB)


예산 부족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지방교육도 염두에 둬야 할 요소다. 교육청의 열악한 재정은 지방교육의 목을 조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재원 마련을 위해 진 빚만 2조7000억원이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감당할 형편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상향조정하든지 증세를 하든지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부문 예산을 가져와서라도 충당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어제 국감에서 “누리과정은 최종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린이집 보육료 갈등은 선거용 선심에 따른 응보 성격도 있다. 정교한 수요 예측과 재원 조달 방법 없이 급히 추진하다가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복지 갈등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복지 디폴트’(지급유예) 선언을 예고했다. 비생산적 논란으로 정부와 지자체, 사회가 갈등하고 양분되는 악순환을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와 정부, 시민이 모두 모여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를 놓고 대토론을 하고 사회적 결단을 내리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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