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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한국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번에 사태가 크게 번진 이유는 표현의 자유 문제 때문이다. 검찰이 연쇄살인전담반, 아동성폭력전담반을 만들면서 카카오톡(카톡)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명예훼손은 누구나 말 한마디로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또,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글만 보고 진위를 알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국가가 널리 ‘공인한 진실’에 어긋나는 말들에 대해서만 수사가 되지 않겠는가. 천안함, 4대강, 광우병, 세월호 등등. 그런데 이들 사안에 대해서 말 한마디 안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모두가 잠재적으로 수사대상이 된다고 하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명예훼손이 비형사화되어 이런 일이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하자. 아니면 최소한 유승희 의원의 발의안처럼 친고죄화하여 ‘선제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자.

사이버 망명지 '텔레그램'


감시당한 사람에게 통지를 해줘야 한다. 경찰이 압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증거를 훔칠 수는 없는 것이다.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 압수수색, 통신사실확인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서 ‘기소·불기소 처분 후’ 30일 내에 통지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건 너무 늦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수사가 1~2년 끌면 1~2년 동안 감시당한 것도 모르고 살아야 한다.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감청과 통신사실확인 모두 ‘감시행위 종료 후’ 30일·90일 내에 통지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법원 허락 없이도 검사장 권한으로 이 통지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통지도 제때 못 받고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법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카톡 대화 압수수색이나 과거의 통신사실확인은 감청이나 ‘장래의 통신사실확인’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어 피의자에게 사전통지를 못할 정도로 ‘급속을 요하는 때’도 아니다. 단지 당사자가 지워도 서버에 남아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왜냐하면 사용량이 너무 많으면 예상보다 빨리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지우지 못하게 사업자가 계정을 동결하도록 법원이 영장에 써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압수수색처럼 형소법 121·122조에 따라 실행 전에 사전통지해주고 입회시켜도 괜찮다. 전기통신이라고 차별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면 정보 복사량을 한정하는 것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 3을 고쳐야 한다. 아마 피의자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피의자도 어찌되었든 국민이고 수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통신자료 제공’은 피의자의 카톡 대화방을 압수수색한 후에 다른 참가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라 영장이고 뭐고 필요없이 팩스 하나면 된다. 팩스에 수사대상 범죄만 적어내면 된다. 신원 정보도 통신내용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겉으로 밝히지 않았으면 프라이버시로 보호되어야 한다. 합법적인 집회에 마스크 쓰고 나온 사람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기고 싶으면 영장이 필요한 거다.

통신자료 제공은 특히 한 해에 약 600만건(2011년 기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범죄율이 높은 편이 아닌데 600만명이나 피의자 취급을 받는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원래 몇 십만건 수준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때부터 수백만건으로 늘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명예훼손죄, 모욕죄, 허위사실유포죄 등에 다 검찰이 개입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명예훼손과 모욕을 비형사화해야 한다. 결국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면 표현의 자유부터 보호해야 한다.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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