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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네이버가 도마에 올랐다. 2004년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하면서 내걸었던 쌍방향 소통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여론을 왜곡·조작하는 행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 근본 책임을 물으라는 엄중한 질책이다. 네이버를 통한 댓글 여론조작은 해묵은 과제이다. 네이버는 문제가 드러나면 댓글 정렬 방식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땜질 처방에 불과했다. 공감순, 공감비율순, 최신순, 과거순 등으로 배치하고 남성과 여성 혹은 특정 연령대별로 통계화한 현재의 방식에서도 조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댓글조작에 사용될  아이디가 헐값에 거래되고, 댓글조작 브로커들은 혼자서 댓글 수천개를 다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소수가 댓글을 달아 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인 셈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4월25일 (출처:경향신문DB)

따지고 보면 여론조작 문제는 네이버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네이버는 신문이나 방송 등 각 언론사의 수많은 기자가 공들여 만든 기사를 자의적으로 편집, 배치하는 등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면서 여론을 지배했지만 지금껏 언론으로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해당 단체에 불리한 기사를 볼 수 없도록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집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동산, 맛집 소개, 가격 비교사이트 등 중소 영세업자에게는 갑질을 해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더 이상 책임 없이 언론 행세를 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네이버라는 공룡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 3당에서도 “기자 한 명 없이 뉴스장사를 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가져간다”(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네이버의 뉴스서비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당장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우선 댓글조작이 가능한 현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구글이나 중국의 바이두처럼 네이버에 올라있는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네이버처럼 자기 사이트에서 모든 뉴스를 연계하는 ‘인링크’ 방식을 고집하며 댓글 기능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검색시장의 70%를 차지하고 하루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13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뉴스를 생산하지 않으므로 언론이 아니다”라는 뻔뻔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민주주의의 적’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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