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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으뜸 과제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밝힌 대로 “선거구제 개편이 헌정사 70년의 최대 개혁 과제”다. 현행 승자독식의 소선구제는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분열과 적대의 정치를 제도화한다. 거대 기득권 정당을 살찌우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정당의 진입을 차단한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표가 발생, 대표성에 심대한 왜곡을 야기한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문제들이 상당 부분 무자비한 승자독식의 다수대표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주최 정당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정의당 이정미(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선거제도 개혁이 실패해온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수혜자인 거대 정당의 기득권 때문이다. 특히 영남 지역주의에 기댄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번번이 선거제도 개혁을 좌절시켰다. 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있던 선거제도 개편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가 도래했다. 6·13 지방선거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인해 한국당이 손해를 본 드문 선거였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가면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란 불안이 한국당을 선거제도 개편 테이블로 안내할 요인이다.

여야는 농도는 다르지만,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히 선거제도 문제를 거론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5일 대표연설에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종식하는 한편 국회의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천명했다. ‘개헌과 동시에’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대표성·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승선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5당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힌 걸 상기하면, 접점이 있다. 변수는 지방선거에서 소선거구제의 달콤함을 만끽한 더불어민주당의 미온적인 자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대표연설에서 ‘5당 대표 회동’의 정례화를 제안하며 “선거법을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5당 대표는 5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오찬회동을 하고 매달 1회 회동 정례화에 합의했다. 정례화한 대표 회동에서 선거법과 개헌 문제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한국당은 물론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목전의 당리에 매몰되지 말고 한국 정치의 적폐를 청산할 첩경인 선거제도 개혁의 대해로 흔연히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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