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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4일 국무회의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국민의 지혜를 모아 병역특례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내라”고 병무청에 지시했다. 전날에는 기찬수 병무청장이 “체육·예술 분야의 병역특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은 개선에 대한 의견과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병역특례 논란이 확산되면서 체육·예술계에 대한 병역특례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73년에 도입된 병역특례제도는 국민적 공감을 받으며 존속해왔다. 과거엔 체육·예술인들이 국제 대회나 무대에서 상위 입상함으로써 국가의 명예를 높인 공로로 국방의 의무를 면제해주는 데 대해 이견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국민개병제의 원칙을 허문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의 의무 이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국위를 선양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에 대한 포상으로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형평성 논란도 심각하다.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 입상했다는 이유로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이나, 올림픽·아시안게임 입상자에게는 병역특례를 주면서 세계선수권대회 등 입상자는 주지 않는 점 등은 분명 불합리하다. 음악 콩쿠르 등 순수예술 분야의 입상만 인정하고 방탄소년단(BTS) 같은 대중예술인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이다. 최근에는 남성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졌다. 체육·예술대회 입상을 통해 국가의 명예를 고양한다는 개념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를 개인보다 상위에 두는 발상은 더 이상 동의받기 어렵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형평성 논란을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병역을 면제받은 체육·예술인들의 영리 행위도 과도한 특혜다.

개선 방향을 놓고 특례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형평성을 맞춰 유지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운동선수나 예술인들이 사회봉사나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러 대회에 걸쳐 점수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군 복무로 인한 체육·예술인들의 기량 저하라는 현실적 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형평성을 맞춰 병력특례 대상자를 선정해도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특례제도를 폐지하는 게 해법이다. 당장 폐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테니 한시적으로 운용하다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제도개선 추진 방식에 유의해야 한다. 국방부와 대한체육회가 주도할 게 아니라 국민적 여론을 충분히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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