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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유죄 판결 및 법정구속과 관련, 여야 정치권의 대응이 저열한 진영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판결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대선 국면에서 댓글순위를 조작하는 등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면 중대한 범죄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민의의 공론장을 유린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반민주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급심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선 당시 댓글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된 1심 판결만으로도 여권은 사안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대처를 하는 게 마땅하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데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 ‘재판 불복’을 선동하고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이라며 정쟁화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란 공식기구까지 꾸려 재판부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특정 판결을 두고 공당이 ‘판사 탄핵’까지 거론하며 사법부를 겁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해치는 처사다. 재판을 담당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2년간 비서실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문제된다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기라도 했어야 한다. 막상 재판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오자 ‘보복 판결’ 운운하는 것은 무능과 태만을 호도하려는 것일 따름이다. 성 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수수 등과 관련해 8년 실형을 선고할 때는 ‘용기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하더니,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적폐 판사’라고 한다.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사법부를 온통 자기편으로 구성해 재판이 전부 자기들 뜻대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사법농단이다. 여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이고 억울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손치더라도 일단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항소심에서 진실을 가리는 게 순서다.

자유한국당이 대선 불복의 프레임까지 꺼내들고 있는 것 역시 꼴사납다. ‘드루킹 사건’은 민간 차원에서 댓글조작을 했다는 점에서 국가 권력기관이 직접 벌인 과거 정권의 사건과는 궤를 달리한다.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 특검’을 운위하는 것부터가 정략적 이용이다. 정치적 이득에 눈이 멀어 정쟁을 부추긴다면 역풍만 불러올 뿐이다. 집권당 시절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한국당은 손가락질할 자격이 없다.

여야 공히 진영 논리에 매몰돼 ‘김경수 판결’을 정쟁화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 책임자를 낱낱이 가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아직 1심에 불과하다. 최종심까지 증거와 법리를 통해 진실을 다툰 뒤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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