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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댓글조작을 수동적으로 보고받은 데서 나아가 작업할 기사 목록 등을 주고받으며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드루킹 일당도 줄줄이 유죄가 인정됐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댓글조작 공모 혐의가 사실이라고 법원은 본 것이다. 선고 뒤 김 지사는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여권의 차기 주자로까지 꼽혔던 그의 구치소행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월 31일 (출처:경향신문DB)

이번 재판의 쟁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6·13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김씨가 추천한 사람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겠다고 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진술과 물증의 신빙성을 그만큼 높게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은 민간차원에서 댓글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보기관이나 군이 직접 나선 과거 정권 사건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러나 여론을 조작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는 민관을 불문하고 중대범죄다. 김 지사의 유죄 선고로 드루킹 일당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둘러싼 의혹은 다시 불거지게 됐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이에 관여했거나 알았다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자칫 당선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철저히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선고 이후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판결”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집권 여당이라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을 모독하기 앞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엄격하게 대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댓글조작의 ‘수혜자’로 지목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2016년 홍준표 경남지사가 1심 유죄를 받을 당시 “지사직 즉각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그 주장이 지금 김 지사에게 똑같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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