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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한 입장이 연일 후퇴하고 있다. 먼저 이해찬 대표가 지난 23일 “100% 연동형으로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당론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말했다. 이어 27일에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연동형이라고 하더라도 100%를 할 것이냐, 50%를 할 것이냐는 여러 방안이 있어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정수인데,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정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 정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이유로 순수 연동형이 아닌 제3의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교묘한 말로 태도를 뒤집은 민주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얻은 표만큼 의석을 주는 제도이다. 여기에는 전국단위로 명부를 짜서 연동하는 방안(정의당)과 권역별로 나눠 연동하는 방법(민주당)이 있다. 완전한 연동제만 도입한다면 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 민주당이 공약한 권역별 비례대표는 100% 연동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례성을 높이는 데는 동의하지만 100% 연동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비례대표제에는 연동형과 병립형이 있는데, 현행 병립형에 연동형을 혼합하는 절충안을 내자는 입장인 듯하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해온 의원 정수 확대 반대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2015년 8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발표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했다. 누가 봐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의미다. 이러고도 두 대표가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정치개혁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더 시급한 제도는 없다. 이런 때에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미적거리는 상황은 한국당으로서는 더없이 환영할 일이다. 두 거대 정당이 반대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 건너간다. 민주당이 진정 정치개혁을 바란다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당이 주도할 사안이지만 문 대통령도 뒷짐만 질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의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인 만큼 그 도입에 힘을 실어야 할 책무가 있다. 사표(死票) 발생으로 시민 의견이 무시되는 부조리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촛불혁명’을 계승할 정당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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