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월1일, 제2기 민선교육감 시대가 열린다. 6·4 교육감선거로 당선된 17명의 교육감들은 대한민국 교육 발전을 위한 큰 책무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특히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당선된 13명의 진보교육감들에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처럼 많은 진보교육감의 탄생 원인이 보수진영의 분열이냐, 교육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선택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또 교육감 앞에 보수, 진보 같은 이념적 수식어를 넣는 것 자체가 교육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통상적 지칭이고 다른 표현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진보교육감’이라는 표현을 쓰며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헌법 제31조 4항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교육감 직무의 최고 가치로 삼길 바란다. 교육감은 교육은 물론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지역 교육수장이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교육예산을 책임지고, 교육 구성원들의 다양한 교육 욕구와 현안에 부딪히면 방향성을 상실하기 쉽다.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할 때 항상 떠올려야 할 것이 바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이다. 특히 점차 확대되는 교육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교육감은 정치세력으로부터 교육을 보호하는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모두를 위한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선거과정 중 교총을 방문해 “당선되면 교총과도 파트너십을 갖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진영논리에 기대었지만 교육감이 된 상황에서는 어느 한편의 교육감이 돼서는 안된다. 교육은 보수나 진보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취임식에서 ‘모두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했지만, 교육감직 수행과정에서 그렇게 실천하지 못해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비판의 대상이 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 불편부당한 인사 시행이 진보교육감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왼쪽부터 민병희(강원), 조희연(서울), 이청연(인천), 김병우(충북), 장휘국(광주) 교육감 당선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셋째, 실험주의 정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출직이 갖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단점이 있다. 학부모들과 학교 현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이다. 따라서 실험주의적 톱다운방식이 아닌 단위학교 자율성 부여와 실천주의적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돈을 주고 인위적으로 만드는 혁신학교가 아니라 교장의 권한과 책임 속에서 교육 구성원이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혁신학교 정책도 요구된다. 무상 시리즈 공약에 따른 과도한 예산 투입과 무리한 이행으로 학생들의 쾌적한 교육환경, 안전을 담보할 예산마저 줄이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임기 내내 정책의 옥석 가리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교원을 존중하고 학생, 학부모의 인기영합적 정책에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의무와 책임, 인성교육도 중요하다. 교권 추락과 사기 저하로 신음하는 현장교원을 단지 지시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학생과 학부모 못지않게 존중하고 섬기길 요구한다. 가르침과 배움의 불균형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낳기 때문이다. ‘입은 작게, 귀는 크게’ 하여 현장교원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에 반영하고 배려해주길 바란다.

진영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교육 발전을 위해 모든 교육감은 성공한 교육감이 돼야 한다. 교총도 진보교육감이라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 본질에 충실하면서 불편부당하고 현장에 착근된 정책을 추진하는 진보교육감이라면 박수를 보낼 것이다. 단위학교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교육 생태계의 복원과 실천주의 정책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진보교육감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교육감으로 학교 현장의 박수를 받느냐, 비판을 받느냐는 결국 진보교육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대 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