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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엊그제 인수위원들과의 전체회의에서 “국민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국회 예산안 처리의 문제점을 지목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 쇄신의 일환으로 ‘일하는 국회, 공정한 국회를 위한 국회 개혁’을 거론하면서 국회 예결위의 상설화를 공약한 바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된 밀실 심사와 쪽지 예산 논란을 지켜본 터라 솔깃해진다.


인수위 전체회의 참석한 박 당선인 (경향신문DB)


국회의 기본적 업무 중 하나인 예산안 처리의 부실·졸속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산안은 통상 그해 10월에 국회에 제출돼 12월2일까지 처리토록 하고 있으나 올해만 하더라도 34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2개월 동안 정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저런 연유로 1년 내내 예산을 심의할 수 있도록 예결위를 상설화할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밀실 심사와 쪽지 예산이 없도록 기존 전체회의는 물론이고 계수조정소위와 같은 소위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예결위에 소속되는 의원들의 전문성 제고는 물론 예결산 심의 과정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토록 하고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그러나 해마다 예산안 처리 직후에만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될 뿐 아무런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그 바람에 올해도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하천 복원 사업비 등의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다. 심지어 4조원의 예산을 증액하면서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일도 생겨났다.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모습이다. 이번 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군 국회의 예결산 졸속 처리 역시 국회 예결위원 ‘집단 외유’의 후유증만 남긴 채 잊혀져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박 당선인의 지적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일단 여야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새누리당은 1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해법을 찾겠다고 했고, 민주통합당도 국회 쇄신 차원에서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야 공히 18대 대선의 최대 화두인 정치 쇄신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단견이다. 예결산 처리는 여와 야를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 전체의 신뢰 회복이 걸린 문제다. 당장 특위를 구성해 답을 내놔야 한다. 예결위 상설화 타령은 지금까지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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