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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17일 제주로 집단 입국해 난민 신청한 예멘인 난민 신청자 458명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또 나머지 34명에 대해서는 난민 불인정 조치를 내렸고, 85명은 결정을 보류했다. 지난달 14일 먼저 체류를 허가받은 23명을 포함하면 모두 36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1년간 국내에 머물 수 있다. 제주도 바깥으로 나가 취업도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없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예멘인들이 강제출국을 면하게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체류가 허용된 사람들은 영·유아 동반 가족과 임신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인도적 보호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 경우이다. 제3국에 안정적으로 정착이 가능하거나 범죄혐의자, 마약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사람들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 뒤 마약과 테러 혐의가 전혀 없는 사람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체류를 허가한 것이다. 제주도 바깥으로 이주하게 되면 즉각 체류지를 신고하도록 하는 등 사후 관리 대책도 마련했다. 시민들의 가짜난민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사후 대비책까지 마련한 만큼 이들의 체류를 허용한 것은 온당하다. 특히 300명이 넘는 난민 신청자에게 한꺼번에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 것은 처음이어서 의의가 크다.

이번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난민법이 계속 시행되는 데다 국제 관광객의 증가로 무사증 제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국내 난민신청자는 4만4471명이다. 이 중 2만1064명에 대한 심사가 결정됐으나 861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도 1554명에 지나지 않는다. 교역규모 세계 10위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야박한 조치이다. 국제인권 기준에 맞춰 더욱 폭넓게 난민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미결정자 85명 중에는 난민으로 인정할 만한 사례도 있다니 우선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보호 조치와 난민을 국내에 취업시키는 등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상당수 시민이 난민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있지만 근거 없는 외국인 혐오는 중지해야 한다. 정부의 단호하고 결기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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