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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긴 지 6일 만이다. 정부안(470조5000억원)보다 1조원 삭감되기는 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이 지급된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다시 확대 조정됐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다 막판에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해묵은 관행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여야는 비공식회의를 통해 ‘깜깜이심사’를 진행했고, 너도나도 지역예산을 끼워넣은 ‘쪽지예산’이 또 쏟아졌다. 볼썽사나운 제 몫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던 셈이다. 쟁점법안 처리를 미루다 회기 종료 직전에 200여건의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법안 밀어내기’의 구태도 여전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원내 제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밀실협상으로 예산안을 밀어붙인 결과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선거제를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거대 양당이 예산을 야합하고 정치개혁을 짓밟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항의 단식에 들어갔다. 거대 양당 간의 밀실거래는 지난 총선에서 형성된 다당제의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비록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반쪽 처리’라는 오점을 남겼고 협치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야 3당이 선거제를 예산안과 연계한 것은 분명 무리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혁을 견인할 다른 방법이 없는 소수당의 입장에선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이제 양당이 눈앞의 급한 불인 예산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선거제 개혁은 또다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현행 선거제도가 표심과 의석수가 불일치함으로써 민의가 왜곡되는 불완전한 제도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시민과 약속했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수당에 불리할 것이란 셈법에 빠져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선거제도를 혁신해 유권자 의사가 정확하게 의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시민의 여망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양당은 하루빨리 선거제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을 내놓고 야 3당과 선거제 개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예산안 통과가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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