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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설립허가 취소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대한 설립 허가 및 취소 권한을 갖고 있는 관리감독기관이다. 지난 10월 사립유치원 비리 공개 이후 교육부는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개별 감사에 나섰으나 한유총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이번에 교육청이 칼을 빼든 것은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적폐와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리를 방조하는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전국 사립유치원의 70%가 넘는 3000여곳을 회원으로 둔 최대 유치원연합회이다. 그러나 한유총의 최근 모습은 공공성을 띤 유아교육을 이끌어가는 유치원 단체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10월1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전국의 비리 사립유치원 1878곳의 명단을 공개하자 한유총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총궐기 대회’에 회원 유치원들의 참여 인원을 할당하는 등 동원 의혹을 샀다. 또 카카오톡을 통해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도록 회원들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유총은 이들 행위가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집단행동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치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이때, 비리 유치원들을 비호하는 한유총에 대해 일고 있는 의혹들은 정확히 따질 필요가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유치원 3법’ 병합심사를 앞둔 지난달 말 한유총은 비대위원회 명의로 영남지역 산하 분회 소속 유치원들에 자유한국당 이모 의원에게 후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비대위는 회원 유치원들에 각 20만~100만원씩을 책정했고, 실제 일부 유치원은 해당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유총은 내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참여하는 카톡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이름과 계좌를 명시해 후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유총이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막고자 ‘쪼개기 후원’을 시도한 정황들이다. 이 또한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유치원 비리가 공개된 이후 개혁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이 발목을 잡히는 등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반개혁의 중심에는 한유총과 그들의 이해를 대변해온 한국당이 있다. 교육청의 실태조사 방침은 민심을 외면한 한유총이 부른 자승자박이다. 한유총은 교육청의 실태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그리고 유치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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