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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상식과 도의를 거론하기도 낯 뜨거울 만큼 무도한 짓거리다. 자유한국당의 친박계와 비박계 핵심 의원들이 모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결의안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사법 당국에 요구하는 결의안 발의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비박계 김무성·권성동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윤상현 의원이 만나 계파 갈등을 종식시킬 방안으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구 멋대로 ‘석방’ 운운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헌법의 원칙과 가치를 유린하고,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범죄를 저질러 사법적 단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석방’을 계파 권력투쟁, 당내 선거의 정치적 거래물로 활용하려는 작태가 가증스럽다. 설령 시늉일지라도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 꿇고 사과했던 그 알량한 염치조차 저버린 행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국정농단’ 1심에서 징역 24년,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가 누구인가. 재판부의 판결문을 돌려보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 섣부른 ‘박근혜 석방·사면’을 운위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판결문에 들어 있다.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여태껏 반성은커녕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태극기부대 등 친박계 단체들에 이어 공당인 한국당에서 ‘석방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뼈아프게 져야 할 한국당에서 ‘박근혜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인적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 그런 그들이 ‘박근혜 석방’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국기문란을 조장할 뿐이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자에게 법의 온정과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추상같은 법의 심판이 흐트러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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