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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국정혼란으로 서민들의 마음이 무거운데, 물가마저 생활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 농심은 20일부터 라면 18개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하기로 했다. 그동안 누적된 물류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대형마트의 라면코너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국내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농심이 가격 인상을 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올릴 것으로 예상되자 서둘러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하필 이 시점에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배경이 석연치 않다. 맥주, 콜라, 빵·케이크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리자 라면까지 슬그머니 이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양계 농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계란은 가격 대란 수준이다. 이미 10% 이상 올랐는데도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장기화하면 그 영향이 다른 농산물에도 파급될 수 있다. 또 무·양배추·상추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2~3배 올랐다. 겨울채소의 산지인 제주도 농가가 지난 10월 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뒤 피해복구가 되지 않은 탓이다. 당분간 채소가격은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합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ℓ당 1500원을 훌쩍 넘었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서민들이 돈을 빌려 쓰는 환경은 악화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내년 초 연 4%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버는 돈은 늘지 않는데 지출이 증가하니 서민 생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8월 중 0%대에 머물렀으나 11월에는 전년 대비 1.3%로 대폭 상승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민생대책점검회의를 열면서 겨울철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여건 속에서 특히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중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뛰는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존재할 명분이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야당과 시민을 상대로 싸우지 말고 민생 문제에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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