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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함(해군 구조함정)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그제 방위사업청 오모 전 대령과 최모 전 중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통영함 건조 당시 장비 선정 업무를 맡은 이들은 특정 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다. 검찰은 앞서 통영함 일부 장비에 하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가에 낙찰된 사실을 확인하고 방위사업청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 해군 대령 출신의 무기 로비스트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통영함 수사는 ‘군피아’(군+마피아) 뇌물 비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영함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최신 구조함정이다. 침몰된 함정을 수색·인양할 목적으로 159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2년 순수 국내기술로 건조했다. 이 배가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사고 때다. 국가 재난상황을 맞아 민·관·군 합동구조반이 편성됐지만 군이 자랑하는 최신예 구조함은 진수식을 마친 지 2년이 넘도록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핵심 구조장비가 불량품으로 드러나 군이 인수를 거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굳은 표정 짓는 이용걸 방사청장 (출처 : 경향DB)


이 문제를 추적한 감사원·검찰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통영함에 달려 있는 음파탐지기 성능은 1970년대 구닥다리로 드러났다. 최신 구조함에 40년 전 장비가 사용됐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다. 통영함 진수 당시 “최정예 전력을 갖춰 해양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더구나 2억원이면 살 수 있는 부품을 41억원이나 줘 바가지를 썼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제품 사양이 다르고 성능도 떨어지는 불량품을 납품받은 것은 이들 방사청 직원이 서류를 조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량을 눈감아주고 ‘뒷돈’을 받지 않았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군납 비리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군수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은 재발 방지책은 어디 갔는가. 국가 안위가 걸린 장비 도입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했다면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고위 장교의 부패상이 이 정도라면 군의 도덕적 해이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검찰은 통영함 납품 비리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수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군 수뇌부의 연루 여부와 무기중개상의 뇌물 상납 고리를 파헤쳐 군피아 철폐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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