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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낮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4층 상가 건물 붕괴 사고는 재개발 구역 노후 건물에 대한 관리부실이 빚은 ‘인재(人災)’였다. 다행히 휴일이라 거주민 1명이 부상하는 데 그쳤지만, 평일이었다면 1~2층 식당이 손님들로 북적일 점심시간대여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1966년 지어진 이 건물 1~2층은 음식점으로, 3~4층은 주거공간으로 쓰였다.

주민들은 인근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지 반년이 넘은 지난해 여름부터 붕괴조짐이 보였다고 했다. 붕괴된 건물로부터 30m쯤 떨어진 곳에서 기존 건물을 부수는 발파작업, 지반공사를 위한 대규모 굴착작업 등이 이뤄지면서 이 충격으로 건물이 흔들리거나 균열이 생겼다고 증언했다. 지난 5월에는 건물 외벽이 불룩하게 튀어나오고 인테리어 마감재가 벽에서 뜨는 현상이 발생해 식당 주인이 관할 용산구청에 제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청 직원들이 현장을 둘러본 뒤 건물주에게 안전점검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용산구가 별도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는 현행법상 이 건물 안전관리가 재개발조합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구역(재개발구역) 내 건물 안전관리는 재개발조합이 담당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용산구의 위험시설물 목록에서 빠져 있었고, 별도의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건물 일대는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아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더라도 건물을 철거하려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요컨대 정비구역에 있지만 철거가 미뤄진 노후 건물들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더구나 인근에서는 건물 신축을 위한 공사가 이뤄지게 마련이어서 지반침하 등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아 건물을 철거하지 못하는 309곳을 대상으로 노후 건축물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법제도상의 미비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비구역 내 철거가 지연되면서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 건물의 안전관리를 재개발조합이나 건물주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지방정부도 책임을 지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결함으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참사를 반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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