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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조차 가까스로 통과된 ‘이완구 총리 인준’을 거론하며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는 인적쇄신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막상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내놓은 개각 인사는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다. 3개 부처 장관과 금융위원장을 바꾸는 ‘찔끔’ 개각으로 전면적 개편 여론을 외면한 데다, 측근·친박 정치인 돌려막기로 채워진 인사 내용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쇄신의 가늠자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는 “설 연휴 뒤 적절한 시일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미뤘다. ‘한시적 유임’을 밝히며 비서실장 교체를 시사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후임 인선을 못하고 있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이렇게 질질 끌고 가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일처리인지 묻고 싶다.

이번 개각은 인적개편의 시늉만 냈을 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박근혜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출신의 유기준 의원, 통일부 장관에는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내정했다. 고질적인 ‘수첩 인사’에다 친박 돌려막기 인사가 보태진 꼴이다. 이완구 총리에 이어 친박 의원들을 내각에 동원해 친위 체제를 구축했다는 의미 빼고는 없다. 통일부 장관에 1급 청와대 비서관을 앉힌 것도 내각의 청와대 종속화 우려만 키울 뿐이다. 유기준·유일호 의원이 들어가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모두 6명의 친박 의원이 포진하게 된다. 18명의 각료 중 3분의 1이 현역 의원들로 내각제를 방불케 한다.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 현역 의원을 6명이나 입각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시한부 내각’을 자초, 국정 불안성을 키우게 됐다. 이러한 뻔한 한계에도 친박 의원들로 ‘친위 내각’을 꾸린 것은 레임덕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계산일 터이다. 거기에 현역 의원은 인사청문회 통과가 용이하다는 편의적 발상도 가미되었을 것이다. 결국 소통과 통합, 국정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애초 대통령의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장을 나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완구 총리 카드를 내놓을 때 기대했던 인적쇄신 효과는 빛이 바랬다. 그나마 후속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이 ‘대통령의 변화’를 보여주고 국정동력을 회복할 계기였으나 여전히 내식대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오기만 보여주었다. 이렇게 계속 외양만 바꾸는 식의 인적개편으로 미봉하면서 악화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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