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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의 Y-9 계열 정찰기가 지난 23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단 진입했다. 정찰기는 이날 오전 8시3분 이어도 서남방에서 카디즈 내로 1차 무단 진입했다 동쪽으로 빠져나간 뒤 대한해협까지 비행했다. 이어 포항 동쪽 83㎞에서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2차로 카디즈를 침범했다가 낮 12시50분쯤 같은 경로로 되돌아갔다. 올 들어 첫 카디즈 침범인데, 이번 군용기는 처음으로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비행했다. 중국의 카디즈 침범이 잦아지는 것은 물론 고의성이 짙어져 우려스럽다.

중국은 지난해 동해상에서 모두 8차례에 걸쳐 카디즈 내로 무단 진입했는데 그 시기가 매달 27~29일로 일정하다. 군용기 1대가 4~5시간 동안 거의 같은 경로로 비행한다. 서해를 넘어 동해로까지 세력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각 국가가 자국 영공을 지키기 위해 영공의 외곽에 있는 배타적경제수역(EEZ) 또는 공해 상공에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항공기의 항적을 파악해 영공 침범 방지 등 대응조치를 하기 위해 정해놓은 선이다. 국제법상 근거가 없는 선이기 때문에 이를 침범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외국 항공기가 이 구역에 진입할 때는 관할 군 당국에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관례다. 서로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인정하는 것이다. 해당 국가 공군의 호출이나 퇴각 명령에 불응할 경우 대응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중국도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은 이런 기본 원칙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정당한 훈련이라는 것이다. 1년 전 처음으로 동해 쪽 카디즈를 침범한 이래 같은 일을 반복·강화하는 것은 기존 질서를 깨는 명백한 도발이다. 다른 나라를 존중하고 평화를 최우선시하는 외교정책을 편다면서 이웃나라와 불필요하게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번에도 주한 중국 국방무관과 공사참사관을 불러 카디즈 침범에 항의하는 것으로 그쳤다. 매번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응하니 중국이 도발 수위를 높여간다는 여론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카디즈 침범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중국 어선들의 영해 침범과 불법 어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을 무시하는 정도가 지나치다. 정부가 중국 당국에 엄중 항의하는 것은 물론 정상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군은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달라지며 이런 일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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