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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 2015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평화대행진을 다룬 영화 <셀마>가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에서 누락되자 이런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이듬해에도 백인 위주의 아카데미 후보 선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단 한 명의 흑인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유명 흑인 배우와 감독들은 분노하며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아카데미상이 백인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은 투표권을 갖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의 절대다수가 백인 남성이기 때문이다. 2012년 LA타임스는 아카데미 회원 중 94%가 백인, 77%가 남성이라고 분석했다.
AMPAS는 ‘화이트 오스카’ 논란이 계속되고 다양성을 높이라는 압박이 거세지자 ‘물갈이’에 나섰다. 매년 초청하는 신규 회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AMPAS는 2016년 683명, 2017년 774명, 2018년 928명의 대규모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해 초청된 인사들 가운데 유색인종은 38%, 여성은 49%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이창동·홍상수 감독과 배우 배두나·하정우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몇 해간 이어진 쇄신의 성과일까. 올해 오스카의 흰빛이 조금 엷어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개인상을 수상한 흑인이 6개 부문 7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린 북>의 마허셜라 알리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리자이나 킹은 나란히 남녀 조연상을 차지했다. 흑인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운 <블랙 팬서>의 해나 비츨러와 루스 카터는 각각 미술상·의상상의 첫 흑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됐다.
<블랙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받은 거장 스파이크 리 감독은 “내 할머니는 노예의 딸이었지만 대학에 갔다. 그리고 손자인 나를 영화학교에 보냈다”는 수상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 그는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해시태그를 주창한 에이프릴 레인과 아카데미 개혁에 시동을 건 셰릴 분 아이작스 전 회장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들은 아카데미가 미국의 실체를 보다 잘 반영하도록 문을 열었다.”
블랙 오스카가 늘어나는 일은 반갑지만 시작일 뿐이다. 아시아인도 여성도 성소수자도 잔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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