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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후 강원도 태백에서 열차 충돌사고로 1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났다. 사고가 난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에는 111명의 승객·승무원이 타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선로 위에서 사고가 났지만 승객 대피방송이나 사후조치가 없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뭘 배웠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당국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기관사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관광열차가 직전에 있는 문곡역에 정차한 뒤 무궁화호 열차를 먼저 보내고 출발해야 하지만 정지신호도 무시한 채 지나쳤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은 열차 1대만 다닐 수 있는 단선구간이라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했던 곳이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동장치 결함이나 자동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한 원인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상장동 태백역~문곡역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사고 현장에서 119대원들이 깨진 열차 창문을 통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철도는 잦은 사고로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지 오래다. 서울지하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사고로 승객 수백명이 다친 게 불과 두 달 전 일이다. 같은 달 중앙선 의성역에서는 달리던 화물열차 9량이 궤도를 이탈해 탈선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있었다. 올 들어 일어난 크고 작은 철도 사고만 20여건에 달한다. 연간 160여건의 열차 고장 중 70% 이상은 유지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대부분의 사고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재였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기관사 개인의 과실을 넘어 코레일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철도 안전을 책임진 철도시설공단은 지금 뇌물 비리 등 ‘철피아’ 수사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코레일은 17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부실 공기업의 전형이다. 파업을 빌미로 한 집단 해고와 가압류 소송으로 조용한 날이 없다. 또 만성 부채를 감당치 못해 적자노선 감축과 민영화에 매달리고 있다. 이렇게 승객 안전은 뒷전이다. 철도 유지관리 업무가 안전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안전한 철도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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