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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내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13일 경찰 인력의 36%를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세종, 서울, 제주 등 5개 시·도에서 시범운영하고 2022년부터는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중앙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지역 경찰이 주민들의 민주적 통제하에 주민 친화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논의만 무성했는데, 이제라도 전면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부안이 마련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자치경찰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국가경찰의 권한과 인원이 대폭 이전돼야 한다. 현재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치경찰제는 인력이 제주 국가경찰의 8% 수준인 데다 수사권도 없이 순찰이나 범죄예방 등 제한적 업무만 담당하고 있어 한계가 크다. 이번에 나온 안을 보면 기존 지구대·파출소 조직 전부를 포함해 전체 경찰 인력 11만7617명 중 36%인 4만3000여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돼 진일보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사무는 물론 성·학교·가정 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등 민생치안 사건의 수사권도 자치경찰에 넘어가 최소한 제주 같은 ‘무늬만 자치경찰’ 수준은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보·보안·외사·경비 업무와 광역·국익범죄 외에 일반 형사사건까지 여전히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기존의 지방경찰청과 경찰서도 유지되기 때문에 완전한 자치경찰제라 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찰의 권한과 인력을 더 자치경찰에 넘겨야 한다.

자치경찰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것 말고도 여러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국가경찰과의 업무중복으로 인한 혼선과 업무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다. 사건 발생 시 초동 조치부터 업무 협조와 정보 공유, 사건 이관 등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을 마련해 이 같은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 자치경찰 기관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영향력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치경찰 기관장 후보를 시·도지사에게 추천하는 ‘시·도경찰위원회’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 지역 토착 세력과의 유착 등에 대한 폐단을 막기 위해 엄격한 내부 감시체제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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