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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호(號) 검찰’이 25일 닻을 올렸다. 윤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국민’에서 시작해 ‘국민’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권익 침해를 수반한다”면서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윤 총장과 함께 환담 장소인 인왕실 쪽으로 걸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총장의 취임사는 전임자들과 차별화된다. 역대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대체로 ‘검찰’을 중심에 놓고 구성되곤 했다.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김진태 전 총장),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문무일 전 총장) 등이 그 예다. 반면 윤 총장의 취임사는 ‘국민’을 키워드로 삼았다. 취임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며 당부한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며 “(검찰)조직의 논리보다는 국민의 눈높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임명권자와 코드를 맞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본질적인 자세와 인식의 전환”이 검찰에 필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윤 총장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소신,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에서 보여준 결기로 높은 신망을 얻었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검찰개혁을 두고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구현하려면 이른바 ‘검찰주의자’로 불려온 개인적 신념이나 조직의 이해 따위는 잊어야 한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대로 모든 기준을 ‘국민’에 두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윤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이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거리에 나가면 사인 요청이 쇄도한다는 ‘국민검사 윤석열’이 검찰의 환골탈태를 이뤄낸 ‘국민총장 윤석열’로 기록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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