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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9일자 지면기사-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판 도중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며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몰았다. 이어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물어라”라고 했다. 엊그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그 역시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라고 했다. 두 사람의 입장 표명은 마치 짜맞춘 듯이 똑같다. 자신을 피해자로 꾸며 동정심을 자극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정치보복론만 한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부패·비리 척결을 정쟁으로 만들고 본질을 잊게 만드는 패턴의 반복이다. 이제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반박 입장을 밝힌 것은 일견 이해된다. 위기 때마다 숨진 노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물타기하는 구태를 반복하는 데 더 이상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가세는 ‘현 정권 대 전전 정권’ ‘문재인 대 이명박’ 구도를 만들어 형사 사법적 단죄를 정치적 이슈로 돌려보겠다는 술수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고 했다. MB정권이 민주화 이후 가장 부패한 정권이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의 재임 중 형 이상득과 멘토라는 최시중, 친구 천신일은 모두 영어의 몸이 됐다. 이밖에도 청와대 참모·가신, 대통령직인수위·안국포럼·서울시 출신, 손위 동서에 처사촌 등 친·인척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시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는 성명 말미에 “국민 모두가 총단합해서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를 소망한다”고도 했다. 정작 자신은 국론분열과 혼란을 부추기면서 ‘총단합’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뻔뻔하고 파렴치하다.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었다. 음습한 정치보복이나 정략적 판단이 담길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정치보복 타령을 하기 전에 시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였다. 하지만 그는 특수활동비 상납 등 분명한 권력형 비리조차 진영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법치를 모욕하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아직도 세상이 변한 줄 모르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은 이런 해괴한 꼴을 더는 보지 않도록 남은 법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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