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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1일부터 노동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어기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과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정부의 세부 시행지침이 없어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기업들은 업종의 특수성과 인력 사정을 고려할 때 특정 업무 종사자들은 초과 근무가 불가피하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인력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3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기업은 16.1%에 그쳤다.

노동자들도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업무 중 휴식시간이나 출장, 부서 회식, 거래처와의 술자리 등이 업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 어디까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과 노동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주무부처로서 뒷짐만 지고 있던 고용노동부는 다음주 ‘근로시간 단축 문답자료집(세부 시행지침)’ 1만5000여부를 사업체에 배포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지난 2월 말이다. 지금쯤이면 전국 단위 설명회를 마치고,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4개월 가까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가 근로기준법 시행을 2주일 앞두고 세부 시행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마저 의심케 하는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노동시간 단축이 제대로 시행돼야 노동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고, ‘세계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도 뗄 수 있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주 52시간 노동제를 안착시킬 수 있는 치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시간 혁명’은 물 건너가고,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을 초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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