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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1일 인터넷판에 “아침신문, 128주년 노동절 기사 꽁꽁 숨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노동절인 이날, 아침에 발행되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중 1면에 노동절 관련 기사를 실은 곳은 경향신문뿐이라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절을 다룬 “똑같은 일 해도, 그들은 또 해고 1순위”라는 기사를 1면 머리에 올렸다. 이를 언급하는 것은 경향신문의 ‘노동 감수성’을 과시하려 함이 아니다. 1일자 조간신문들의 1면이 한국 노동의 슬픈 현실을 상징하는 듯해서다.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국 사회 노동을 새로 쓰자’라는 주제로 민주노총이 주최한 ‘2018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노동절인 1일,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본다. 삼성의 노조 와해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협력사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추진하고, 위장폐업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유리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진 그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지난해 11월 출범 후 제보받은 직장 내 갑질 가운데 최악의 사례 10가지를 추려 발표했다. 생리휴가를 내면 ‘생리대를 보여달라’ 하고, 전 직원 앞에서 자기 잘못을 말하게 하는 ‘자아비판 인민재판’을 열고, 청소노동자에게 자기 집 청소를 시킨 기막힌 사례들이 줄줄이 공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세계 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노동이 차별받는 사회, 노동기본권이 짓밟히고 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물건으로 취급받는 세상을 바로잡자”고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절 메시지에서 “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며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절규, 대통령의 다짐이 이제 법과 제도로 구현돼야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렵던 혁명적 변화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듯이, 노동자의 슬픈 현실도 혁명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 장시간 노동 해소,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직장 내 성평등 실현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노사정 등 사회경제 주체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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