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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이든 그것을 통솔하는 장(長)이라면 그 조직의 특성에 부합하는 업무 능력과 리더십 등의 자질을 갖춰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단 조직의 수장을 맡아 직무를 수행하다 보면 그러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는 제3자보다 본인이 더 잘 알 수 있다. 조직의 발전이나 미래를 외면할 정도로 사리사욕에 눈이 어둡지 않다면 그럴 것이다. 특히 국가기관의 장은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더 냉철하게 판단하고 처신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이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 생활, 나아가 국가의 대외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와대가 연임을 내정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새삼 국가기관의 장이 갖춰야 할 덕목을 일깨워주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현 위원장은 ‘업무상 결격’이라는 평가 외에도 인권위원장 이전 과거 행적에 대한 의혹들이 하나둘 불거지고 있다. 오는 1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현 위원장의 35년간 연구 업적인 논문 21편 중 41%가 타인 논문 표절이거나 자기 논문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인권 관련 연구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 현 위원장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는 지난 3년간 재임 중 업적이 부풀려져 있었다고 한다. 전임 위원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일들을 모두 현 위원장의 실적으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인권사회 리더십 강화를 통해 국격을 향상시켰다’는 표현에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인권상 시상을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경향신문DB)
민주당은 또 현 위원장이 1983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3㎡짜리 남의 땅에 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전입한 지 한 달도 안돼 옆에 있던 연립주택으로 환지받아 4년간 주소지를 뒀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위장전입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해명자료를 내고 “장안동 부지에 세입자로 전입해 실제 거주했다”고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이 같은 의혹들은 인사청문회에서 진실이 가려지겠지만 현 위원장은 자신의 도덕성까지 도마에 오른 현실을 참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위원장이 재임 시절 인권위 파행 등으로 국격을 훼손하고 시민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아온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 인권위 내부는 물론 정당, 시민단체, 학계까지 나서 그의 연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아시아인권위원회 등 국제인권단체에서도 현 위원장의 연임에 우려를 표명할까. 현 위원장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현 위원장이 연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반드시 걸러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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