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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고발당한 7명 전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명백한 위법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은 지난해 10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이 대통령의 사저 부지를 아들 시형씨 명의로 산 것은 편법 증여이고, 시형씨가 경호시설 부지와 함께 사들이면서 국가 예산 부담을 늘리는 대신 9억원가량 싸게 매입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검찰 수사가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내곡동 사저부지 앞에서 국회 국정조사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검찰도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시형씨가 실거래가와 비교해 6억원 정도 싸게 샀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매매를 주도한 청와대 경호실이 시형씨에게 이득을 주고 국가에 손실을 입히려 한 ‘범죄 의도’가 발견되지 않아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저 건립 후 달라질 땅의 ‘미래가치’를 고려해 시형씨와 경호실이 매매대금을 배분한 것은 ‘그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감사원에 시형씨와 경호실의 지분 비율과 땅값 배분의 불균형을 조사하라고 통보했다.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반영해 실거래가를 책정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시형씨가 땅을 사는 데 필요한 12억원을 모두 자신 명의로 빌렸고, 이자와 세금도 스스로 부담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형식적·실질적’으로 시형씨가 산 것이 분명해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형씨는 모친의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에게서 연 5% 이자를 주기로 하고 6억원을 빌렸다. 그렇다면 직장 초년병인 시형씨가 매월 수백만원씩의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명의로 땅을 사면 주변에 소문이 나면서 매도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어 아들 명의로 샀다가 훗날 명의를 바꾸기로 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거래에서 굳이 당사자를 밝힐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문제의 사저 부지 9필지 소유자는 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많았다. 주요 피고인들의 소환 조사에 늑장을 부리는가 하면, 그것도 서면조사로 끝내는 등 수사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핵심 참고인인 시형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고발 접수 5개월 만인 3월 초 서면조사서를 보내 4월 중순쯤 답변서를 받았다.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거나 대응방어 논리를 짤 시간을 충분히 준 셈이다. “시형씨 답변서를 받아보니 아귀가 딱 맞아 추궁할 게 없어 안 불렀다”는 검찰 해명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국민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한다.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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