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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의 비박(非朴) 대선주자 3인이 그제 “대선후보 경선 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인 30%, 여론조사 20%의 비율로 돼 있는 현행 규정을 경선 투표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꾸지 않으면 아예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완전국민경선제는 이 시대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이며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이를 외면한다면 대선은 필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의 최고권력자이자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박근혜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정당의 존재이유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으며, 박 의원의 의중을 헤아린 친박 진영도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박 주자들은 정치개혁과 시대적 흐름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완전국민경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판을 흔들지 않고서는 1~2%에 불과한 자신들의 지지도처럼 앉아서 정치적 고사(枯死)를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요구를 ‘터무니없는 것’쯤으로 폄훼하고 있는 친박 진영의 오만함과 완강함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단순히 경선 규칙의 문제를 넘어 당내 민주주의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비박(非朴ㆍ비박근혜) 주자들의 대리인인 차명진 전의원(김문수지사), 김해진 전 차관(이재오의원), 안효대 의원(정몽준의원)이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로의 `경선 룰' 확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우리는 새누리당의 경선 룰 자체에 대해서는 배 놓아라 감 놓아라 하고 싶지 않다. 현행 규칙을 적용하든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든 당의 구성원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소수파의 요구와 주장을 다수파가 수적 우위와 현실적인 힘의 관계에 따라 억압함으로써 당내 민주주의의 기틀을 훼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대중은 차기 국가권력에 현재로서는 가장 근접해 있다는 박근혜 의원이나 박 의원을 따르는 친박 진영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지금 보이고 있는 비민주적 행태들은 국가를 운영하게 될 경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중은 생각한다. 우리가 경선 룰 논란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따라서 박 의원이나 친박 진영은 경선 룰 갈등을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당내 소수파와의 다툼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력으로 어떻게 나라 안의 계층 갈등이나 이해관계 대립을 조정할 것이며,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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