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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에서 수입된 위스키의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의 5.1배에 이르고 외국보다 평균 36%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내렸는데도 위스키 평균 수입가격은 오히려 0.2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 때마다 정부는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 후생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큰소리를 치곤 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수입품 유통과정에서의 엄청난 폭리는 위스키뿐이 아니다. 이번에는 녹색소비자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EU산 수입 위스키 74종의 유통구조와 한·EU FTA 협정 발표 전후의 가격 동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수입업체 대부분이 외국 제조사의 국내 지사로 제품 유통에 독점력을 갖고 유통단계에서 가격을 높이 책정해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유통마진은 수입업체와 유통업체가 거의 절반씩 가져갔다. 지난달에는 한국소비자원이 수입 전기다리미 41종을 조사해 평균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의 2.5배에 이르는 사실을 밝혀냈다. 3월에는 소비자시민모임이 수입 유모차 10개 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의 최대 3배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폭리의 배경은 위스키나 다리미나 유모차 모두 독점적인 유통구조에 있었다.
서울 킴스클럽 강남점을 찾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ㅣ 출처:경향DB
이쯤 되면 수입업체와 유통업체가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 품목이 한둘이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통과정에서 폭리가 만연해 있다는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흔히 복잡한 수입·유통단계를 폭리의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수입·유통단계가 단순한 경우에도 업체들이 농간을 부려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격정보 공표나 단속 정도가 아니라 정부가 불합리한 수입·유통구조 개선, 병행수입 등 수입채널의 다양화,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 엄벌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독점적 유통구조를 깨야 비로소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독점적 유통구조가 오랜 세월 광범위하게 형성된 만큼 이를 깨는 정책적 노력도 범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공정위가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가격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정부는 한·미, 한·EU FTA로 인한 수입품 가격인하 효과가 미진할 경우 FTA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FTA 효과’ 보여주기 차원에서 수입품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일회성 정책으로는 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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