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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픈 ‘기억의 꽃’이 영그는 4월, 그 16일을 맞이했다. 사랑하는 이를 이유도 모른 채 떠나보낸 유족, 갑작스레 닥친 참사에 영문도 모르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삭이기는커녕 갈수록 선명해지는 그날이다. 올해도 서울과 안산, 진도 등에서 추모와 애도의 노란리본이 물결치고,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5년 전의 다짐과 약속을 되새겼다. ‘진실규명’의 외침을 멈추지 않았던 유족과 생존자들이 있었기에 한국 사회는 세월호와 그 교훈을 잊지 않았다. 한편으로 지난 5년은 안전보다 이윤을, 생명보다 효율을 중시해 생때같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와 사회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 확인해온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아픈 4월이 오면, 어김없이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을 욕보이고 조롱하는 야만이 공론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참담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17일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 경기 부천소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명진 전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세월호 유가족을 욕보이고 조롱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피해자의 고통을 모욕하고 제압할 대상으로만 대해온 박근혜 정부와 한국당의 병든 유전자의 재현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체 팔이’ ‘죽음의 굿판’ 같은 짐승의 언어로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더니, 아직도 이런 몰상식한 폭언을 지껄일 수 있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문제는 차명진과 같은 패륜의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버젓이 국회의원인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16일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안상수 의원은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날이 오면’, 차마 잊힐 리야 잊힐 리 없는 아픔에 무너지는 유가족들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는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세월호와 관련된 부적절하며 국민정서에 어긋난 의견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의 세월호 유가족 모욕과 조롱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만행이다. 우리 사회가 수용할 한계를 넘어섰다. 황 대표의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당사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 물리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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