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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인종차별 금지 법제화 등을 한국 정부에 거듭 권고했다.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과 갈등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둔감하게 지나쳤던 국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깨우친 계기였다. 이에 국가인권회가 2019년 4월부터 6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19일 발표된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 내 인종차별이 엄연한 현실로 입증됐다. 

이주민 310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 68.4%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꼴이다. 차별 사유로는 “한국어 능력”이 첫손에 꼽혔고, “한국인이 아니라서”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차별 유형은 다양하고 실태는 적나라하다. 언어적 비하(반말·욕·조롱)를 겪었다, 사생활을 지나치게 물어본다,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본다, 일터에서 불이익(승진·임금·작업배치)을 받거나 채용 거부당했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 등이다. 이들이 털어놓은 사례를 들어보면 더 기가 막힌다. 매번 “난민 왔어”라고 낄낄거리며 웃는 관공서 직원, 길거리나 마트에서 불쑥 히잡을 벗기는 행인,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욕을 하는 공장장, 말로 놀리다 얼굴 꼬집고 만지는 동료 직원 등 낯부끄러운 사례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100만명에 가까운 이주민들이 이번 정부의 마스크 지급대상에서 배제되었다고 한다. 

국내 인종차별은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외국에 비해 인종차별 정도가 심하지 않고, 강력범죄가 적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있다. 차별은 외국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살인과 테러가 아니라도 차별은 범죄가 될 수 있다. 혐오 발언도 혐오 범죄에 속한다. 그간 한국과 관련한 외국의 인종차별 사례가 나오면 편견과 우월주의에 빠진 행태라 단호하게 비판했다. 이제 우리도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은 인종차별이 심한데 더 큰 문제는 그걸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인권위는 한국인 중심주의, 한국인 우월주의에 기반해 이주민의 차별적 지위 부여를 당연하게 인식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라고 했다.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돌아보며 우리 안의 부끄러운 인종차별을 각성해야 한다. 3월21일은 1966년 유엔이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 희생자를 기리며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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