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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유시민 돌풍?

opinionX 2019. 1. 3. 14:30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25일 봉하마을 귀향 연설에서 유일하게 언급하면서 각별한 마음을 표한 사람이 당시 무소속 유시민 의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오늘은 제 얘기만 해야 되는데요”라면서 “차마 제 얘기만 하고 그냥 못 가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노무현식 정치를 얘기했는데, 제가 보기엔 노무현과에 속하는 정치인이 하나 있다”며 유시민을 지목했다. 인사말을 마친 유시민이 단상에서 내려간 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그렇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은 (유 의원이)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줬다”고 술회했다. 정치인 유시민이 왜 ‘노무현 호위무사’ ‘정치적 경호실장’ ‘영혼의 쌍둥이’ 같은 말을 들었는지 웅변하는 장면이다.

출처: 경향신문DB

2002년 ‘지식소매상’으로 최고의 자리를 보장받던 유시민이 정계로 나선 것도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서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당내에서 후보 교체론으로 흔들자, 유시민은 “바리케이드 앞에서 화염병을 드는 심정”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후 ‘노무현 정치’의 부침에 따라 정치인 유시민의 명운이 끝없이 출렁인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2013년 ‘잔인한 봄’을 앞두고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정계를 떠났던 유시민이 돌아왔다. 돌아온 디딤돌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는 것도 그답다. 대선에 출마할 일은 절대 없다고 손사래쳐도, 현 여권에서 친노의 정통성을 잇는 그의 위상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중 이낙연 총리와 1·2위를 다투고, 진보와 보수 진영을 망라한 대선후보 지지도에서는 전체 1위를 달린 조사(MBC·코리아리서치센터)까지 나왔다. 정두언 전 의원은 ‘2019년 인물’로 단연 유시민을 지목하면서도 “너무 빨리 나왔다”고 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검증대에 오를 수밖에 없고, ‘과거의 유시민’이 소환될 수 있다는 지적일 터이다.

‘노무현 정치’의 성취와 참담한 좌절을 지켜본 유시민이 다시 그 험난한 도정에 나설까. 전망은 분분하지만 풍수지탄(風樹之歎·나무는 멈추고자 하나 바람이 자꾸 흔든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돌풍쯤 되어야 가능할 테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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