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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따지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가 세밑에 열렸지만 허망한 공방만 벌이다 끝났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출석시킨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실체 확인을 별렀지만, 기존 의혹들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조직적으로 벌였다며 조 수석을 ‘사찰 몸통’으로 규정, 사퇴 공세를 펼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비리에 연루된 김 수사관의 “희대의 농간”(조국 수석)이라고 맞섰다. 결국 12년 만에 민정수석을 출석시킨 운영위는 “위선과 일탈에 양두구육 정권”이라는 식의 야당의 정치공세와 “사건의 본질은 국정농단 세력의 반격”이라는 여당의 상투적 반격으로 점철되면서 정작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로지 한 개인의 일방적 폭로에 의존한 한국당의 공세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민간인 사찰,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등 첩보 묵살, 공공기관 임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에 대해 파상 공세를 폈으나 막상 설득력 있는 근거나 ‘추가 팩트’를 내놓지 못했다. 새로이 제기된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과 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두고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에 따라 쫓겨났다는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의 녹취를 한국당이 공개했으나, 그가 20대 국회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이었고 임기 3년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운영위를 통해서도 진실이 가려지기는커녕 공방만 확대 재생산된 꼴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은 제기된 것만으로 심대한 사안이기에 필히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이제는 소모적인 정치공방을 멈추고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때다.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벌이며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이 명명백백 진상을 밝히길 기대한다. 그것과 별개로 청와대는 특감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잘못을 냉철히 살펴보고, 기강을 가다듬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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