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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문재인 정부 탄생이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대변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산적한 개혁과제는 논란만 무성한 채 성과는 없고, 사회적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진보·보수 간 갈등에 더해 이제는 세대, 계층 간 파열음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그동안 쭈뼛쭈뼛하며 여론의 눈치를 보던 국정농단 비호세력들까지 반발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국내외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은 여전히 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새해는 문재인 정부나 대한민국 미래에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더 늦기 전에 새 정부가 달려온 지난 1년7개월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국정운영 방식을 총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내각의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누가 장관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답답하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여러 현안에서 빚어진 실망이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의 소망은 민생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공동체의 활력이 꿈틀거리는 것이다. 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아무리 옳은 길이라도 의미가 없다. 내각은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강력한 추진력과 유연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낼 책임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있다. 시민들은 3년차 정부에 실적으로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각은 이런 시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청와대 2중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 정부이며 책임을 공유하는 공동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양한 재량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보긴 어렵다. 개헌이든, 민생개혁입법이든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게 없다. 모든 정책은 입법으로 실행 근거를 갖춘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을 주도한 여당으로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고 위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중심을 잡고 국정개혁의 주체로 나서야지, 대통령 인기에 의존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새해에도 여소야대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아니다. 여당이 할 일은 강성투쟁이 아니라 야당과 타협해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성공의 열쇠는 여야 협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청와대다. 민주정부라면 당과 내각이 대통령의 양 날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와대가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여당과 행정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건 정상이 아니다. 청와대 독주는 분권과 협치라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당과 내각이 청와대의 하청업체 역할을 하는 정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성과로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시민들의 뒤를 쫓아 왔을 뿐 앞서 나간 적이 없다. 4·19혁명과 6·10항쟁처럼 시민의 뜨거운 열망이 아스팔트 위에서 멈추는 일이 촛불혁명 이후에도 반복돼선 안된다.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길지 않다. 시민들의 시선은 많이 차가워졌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제일 중요한 것은 성과”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동여매달라”고 당부했다. 그게 시민의 바람이다. 당·정·청은 시민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아 사회 대변혁을 강하게 추동해야 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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