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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4선의 나경원 의원이 선출됐다. 친박계와 잔류파의 지지를 받은 나 신임 원내대표는 비박·복당파가 미는 김학용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전체 103표 중 68표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나 의원으로서는 세 번째 도전 끝에 원내대표 입성이라는 성취도 크겠지만,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기록도 썼다.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 당시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온 소위 복당파의 핵심이었고, 역시 복당파인 김학용 의원이 패배했다는 것은 한국당 계파구조의 복잡성과 변화를 동시에 드러낸다. 한편으로 친박계의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국당에서 천형 같은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야당다운 정치를 복원하라는 당내 여망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정통 친박계도 아니고, 복당파도 아닌 나 원내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전 원내대표, 나 원내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정 정책위의장, 함진규 전 정책위의장.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나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같이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자의 역할은 야당에 주어진 본연의 책무이다. 보수정당으로서 건강한 가치를 기준으로 정부·여당의 정책을 견제하고 견인한다면, 제1 야당다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탄핵과 정권교체,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하고도 합리적 대안 없이 사사건건 반대투쟁에만 몰두해 왔다. 제1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정치는 실종되고 청와대가 정국을 압도하는 걸 구경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오로지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득에 의탁해 연명이야 할 수 있겠지만, 수권 정당으로의 탈바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원내 중심으로 정치적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제1 야당 원내대표의 역할은 막중하다. 나 원내대표 앞에 놓인 과제가 수두룩하다. 당장에 정국을 경색시키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필두로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유치원 3법’ 처리 등을 풀어야 한다. 경제와 민생, 개혁 입법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선명성뿐 아니라 제1 야당에 걸맞은 정책적 대안을 내놓고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당내에서는 보수 재건에 필수적인 인적 쇄신의 길을 추동해야 하는 사명도 주어져 있다. 낡은 이념과 가치에 매몰된 반대를 위한 반대, 기득권에 안주해 혁신을 거역하는 나쁜 습속으로부터의 결별을 나 원내대표가 주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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