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공정위만 갖고 있던 전속고발권을 부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제도 개선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중대한 담합행위(경성 담합)에 해당하는 가격담합을 포함한 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 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지금은 공정거래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앞으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중대 담합사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고발의 남용을 불러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은 주장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독점 권한이 초래하는 폐해가 너무 컸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틀어쥐고 재벌이나 강자의 편에서 담합행위를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처리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의 4대강사업 담합사실이 드러났는데도 3년 가까이 묵혀두다가 뒤늦게 처리한 적도 있다. 그마저도 건설업체들이 거둔 이익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의 벌금을 명령해 ‘솜방망이 처벌’로 지탄받았다.

겉으로 드러난 사례 외에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 자체를 박탈하고 그것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같이 불공정한 행태가 활개칠 수 있던 배경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버티고 있다. 검찰이 개입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공정위가 수사기관의 개입을 차단하고, 담합 관련 조사를 독점하면서 ‘담합업체 봐주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출신 직원의 로펌 영입이 잦은 이유가 이런 ‘검은 커넥션’과 무관하다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른 우려도 없는 건 아니다. 당장 기업에서는 고소·고발 남발로 영업활동이 위축될 것을 걱정한다. 담합사건의 절반 이상이 내부자 고발에 의해 드러나는 특성에 견주어 고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대한 담합 이외에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겠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안될 듯하다. 물론 도입단계에서는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공정위가 38년간 누리던 독점이 깨지고 담합사건에 대한 조사나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다. 담합이 사라지고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