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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백두산 트레킹

opinionX 2018. 8. 22. 11:21

백두산의 봄은 늦게 찾아온다. 천지의 얼음은 6월이 되어야 풀린다. 계곡에 쌓인 눈이 다 녹으려면 7월이 되어야 한다. 눈이 녹으면서 나무는 움을 틔우고, 풀은 꽃을 피운다. 괭이눈풀, 매발톱꽃, 용담화, 양지꽃, 금련화, 연미붓꽃, 단풍터리풀…. 이름도 생소한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여로, 패모, 족도리풀, 생열귀나무 등 약용식물도 적지 않다.

백두산은 동북아시아 최대의 생물 보고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생물보호지역이기도 하다. 백두산의 자생 식물은 2000여종. 이 중 야생화는 500종을 헤아린다. 백두산에서 야생화 최대 군락지는 서파(西坡·서백두)의 고산화원이다. 야생화가 만개하면, 4만평에 달하는 고산화원은 형형색색의 꽃동산으로 변한다. 야생화는 백두산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8년 창바이산 공항을 연 데 이어 매년 백두산 야생화 축제를 열고 있다.

2018년 7월 7일 북한 단동지역에서 바라본 중국과 북한을 잇는 압록강 수풍댐 하류 인근 북한 지역.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마주한 북한 신의주, 의주군, 삭주군, 창성군은 강폭에 따라 서로 개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수풍댐 인근 북한 마을의 전경이다. 강가에는 뗏목을 거두는 녹슨 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일성 주석 3대의 이름이 들어간 구호가 산록에 보인다. 이준헌 기자

얼마 전만 해도 백두산 등산 하면, 북파(北坡·북백두) 산행을 일컬었다. 천문봉에 올라 천지를 굽어보고, 장백폭포와 지하삼림을 구경하는 게 주요 코스였다. 그러나 백두산 야생화가 소문이 나면서 서파 산행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고산화원의 야생화 코스는 백두산 트레킹의 백미로 꼽힌다.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북파, 서파, 남파, 동파 등 4군데다. 이 가운데 북·서·남파는 중국 영토이고, 동파는 북한 땅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여행자가 백두산에 오르려면 중국 코스를 이용해야 한다. 백두산 트레킹은 서파 등 일부 코스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백두산 트레킹은 아직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북한이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백두산 트레킹을 허가했다는 소식이다. 지난주 호주와 노르웨이인 4명이 개마고원을 하이킹하고 천지에도 올랐다고 한다.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걷는 ‘오프로드 트레킹’은 물론 캠핑까지 허가를 받았다고 하니, 중국 땅을 이용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게 오래된 꿈이라고 말했다. 어찌 문 대통령 혼자만의 꿈이겠는가. 국민 누구나 북녘 땅을 밟고 백두산을 트레킹하는 날을 고대할 것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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