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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지명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1일 새 헌법재판관으로 두 사람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대표적 인권변호사인 이 변호사가 최종 임명되면 헌재 사상 처음 판검사 경력이 없는 헌법재판관으로 기록된다. 이 수석부장판사는 임명될 경우 기존 이선애 재판관과 함께 ‘여성 헌법재판관 2인’ 시대를 열게 된다. 헌재 사상 복수의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근무한 적은 없다. 헌재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인선으로 평가한다.

오는 9월 19일 퇴임 예정인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석태(65·사법연수원 14기)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과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지명됐다. 연합뉴스

1987년 6월항쟁의 산물로 이듬해 출범한 헌재는 한국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 것은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헌재는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만 다뤄온 것도 아니다. 과외 허용, 간통죄 폐지, 야간 옥외집회 허용, 대체복무제 도입 등 시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사안들이 헌법재판관들의 손으로 결정됐다. 헌재는 지금도 첨예한 현안인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판단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면 인적 구성의 다양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석태 변호사의 지명은 그가 국가폭력에 대한 감시와 시정,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에 앞장서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변호사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을 대리했고, 긴급조치 위헌소송 사건에도 참여해 과거 긴급조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도 콜트악기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무효로 판결하고, 법관 연구모임인 젠더법연구회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등 인권·젠더 감수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 진출이 저조했던 헌재에 여성 재판관이 늘어난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이다.

헌재 개편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회 선출로 임명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이 다음달 헌재를 떠나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성 구현의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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